스피치가 어려웠던 환경! (2014. 7. 2 대전교차로 '톡!톡! 스피치' 김기태 원장
칼럼.)
얼마 전 한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헝거리 여대생 레기나가 아카데미를 찾아왔었다. 남자 친구가 아카데미에서 스피치교육을 받고
있어서 따라 온 것이었다. 한국어에도 관심이 많은 레기나는 수업중 발음연습을 할 때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남자친구가 통역으로
대화를 나누던 중 레기나가 이런 질문을 했다. “이런 교육을 왜 하나요?” 가끔 상담을 할 때, 굳이 스피치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집에서 충분히 자신감 있는 스피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고 조언할 때도 있지만, 레기나의 질문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레기나는
“헝가리에서는 학교에서 발표를 많이 해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라고 했다. 레기나의 말을 듣고 우리가 스피치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를 찾아봤다. 대부분 스피치에 대한 불안감은 학창시절에서부터 생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자, 오늘이
며칠이지? 그럼 ○○번 한번 읽어봐!” 그러다 중간에 “그만, 다음은 그 뒤! 그 옆! 읽어봐!” 불길한 예감이 항상 맞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자신이 읽을 차례가 되고, 그 순간 교실은 조용해지고 심장은 콩닥콩닥 뛰면서 평소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영어단어와 심지어 한글까지도 더듬더듬
읽어갔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친구들이 격려를 해주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오히려 키득키득 웃으며 놀리던 기억에 발표 불안이
심해졌던, 생각하기 싫은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 발표할 일이 있으면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학창시절의 모습. 스피치는 정말 어려웠었다. 그리고 당시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서 좀처럼 롤모델을 찾기도 어려웠다. 학교에 가면 손 번쩍 들고
대답도 씩씩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부모님은 발표할 일이 있으면 뒤로 빼기 바쁘고,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축사를 하는 분들은 준비된 원고를 읽는
모습만 보였기에 스피치는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무조건 크게 소리 지르는 모습만 봐와서일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대화 중 주변이나 바닥을 산만한 모습으로 보면서 좀처럼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스피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청중의 시선을 바라보지 않고
창밖이나 천장을 보고 있다. 왜 그럴까?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이 어색하고 청중의 눈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해 혼났던 경험 때문일 수 있다. “어디서 눈을 부릅뜨고 말을 해!” 어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을 하지
못했다. 조목조목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해도 “어디서 어린놈이 말대답이야!”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스피치의 주된 목적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언어와 비언어로 표현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스피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청중의 눈을 보면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쉽게 신뢰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KBS드라마 ‘정도전’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사람은 처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스피치가 어려운 이유는 과거 우리의 문화와 환경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개선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누구나 좋은 스피커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