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는 주제도 청중분석이 필요하다.
작성자 최고관리자

자신 있는 주제도 청중분석이 필요하다.
(2014. 8. 13 대전교차로 '톡!톡!스피치'칼럼. 글 : 김기태원장)
 
며칠 전 초, 중,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피치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평소 대학생 및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내용을 가지고 그대로 진행한 것이 실수였다. 중간 중간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의 표정을 보면서 강의 준비가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청중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중, 고등학생들은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초등학생들에게는 아무래도 어려운 내용과 표현이었을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 강의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다시 강의안을 만들어야 했다.
스피치나 강의나 청중분석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지만 초심을 잃고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예전에 구미에 있는 일본회사에서 강의를 진행할 때가 생각난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이었지만 일본인 관리자도 있었다. 필자의 강의를 듣고 일본어로 통역하는 직원이 일본인 관리자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통역해 주면서 강의가 진행되었다. 빠른 말의 속도와 한국인의 감성에 맞는 유머를 섞어 진행하는 강의에 통역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대로 이해하는 한국 직원들 위주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나고 일본인 관리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날도 초등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피치는 대상에 따라 표현을 달리해야 한다. 연령, 학력, 직업, 시기, 성별 등의 요인을 파악하고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휘, 단어 등을 통해 이야기해야 한다. 10대와 20대의 이해도와 관심사가 다르고, 20대와 40, 50대의 관심사가 다르다. 또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때와 학력이 비교적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피치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지나치게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외래어의 발음이 나쁠 경우 스피치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도 있다. 또 같은 연령층이라도 직업, 직군에 따라 상황에 맞는 표현도 필요하고 남녀의 성별에 따라 또 다르게 설명해야 한다.
 
10년의 강의 경험에서 대상에 따라 같은 강의도 다른 반응을 보였던 적은 많았다. 몇 년 전 한 병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복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할 때 있었던 일이다. 대부분 여성 직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교육을 주관하는 직원의 “야한 이야기 좀 많이 해주세요! 직원들이 좋아할 겁니다.”라는 주문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야한 유머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몇 가지 야한 유머를 메모해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또 생산직에 근무하시는 남성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할 때는 평소와 다른 청중의 분위기를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다른 곳에서 강의할 때 굉장히 유쾌하게 진행됐던 유머나 이야기에 좀처럼 반응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준비하고 집중하게 된다.
대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취업강의와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의를 똑같이 진행해서도 안 된다. 취업에 대한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에 강의 방향을 잘 선택해야 한다.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의에서 학기 초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는 반면 학기말에 해야 하는 이야기도 있다.
 
스피치는 상황의존적인 요소가 많다. 평소 잘 해왔던 스피치도 대상에 따라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 있는 주제의 스피치도 무엇보다 청중분석을 통해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